<<예산을 가다>>

왕건에게 절하던 옛 백제의 땅, 거무(검정의 사투리)산이 있다는 전설과 함께 온 예산(禮山). 이것만으로도 눈치를 챘다면 넌 뉴런의 신호 체계가 잘 익어 빠른 감각의 소유자 예민한 사람일게다.
그 왕도 참 왕답다. 착하고 어여쁘다고(싸우지 않고), 예를 안다고 새 이름을 지어주니 바로 지금의 예산이다. 겨울이면 갔던가 수 년을 그 수복가든으로 굴탕 먹으러. 지나가는 길 들러 본 완당의 고택에는 언제쯤 피려나 고운 백목련들. 시간을 모른 채 지나가는 세월인가 해年자가 고택의 키스톤이다. 대흥사, 봉은사에서 본 편액에선 여기 石년 만큼이나 살기가 살아있음을….. 평화로운 평야 볼품없는 사과지만 맛이 단 사과밭이 나즈막한 둔덕에 얼마나 들어 누워 있는가. 영조의 사위 옆에 간들간들 숨통을 이어가는 중국산 백송은 2개 모자라는 천연이 만든 기념물 번호 106으로 구차한 번뇌를 버티고 있어 39살 신랑따라 수절하고 죽은 공주의 붉은 대문짝에 붙은 혼을 타는 눈으로 삼켜본다.

여기 덕산서 나는 온천을 “지구유” 라 했다.
이 물로 다 먹여 살찌게 살리고프다 이세상을 할 수만 있다면.
그래야 진정 왕이 내려준 이름값을 할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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