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부두루 사원을 구경하고 다음 목적지 쁘람바난 사원을 향한다.

덥지만 건기라 습기는 없다.
도로는 먼지와 오토바이의 매연이 가득하다.

대충 교통수단이 오토바이이고 대부분 일본 제품이다. 가끔 한국의 현대나 기아 차들이 보인다. 보로부두루와는 달리 쁘람바난에는 관광객이 없다. 물건 파는 아이들이 붙는다.
눈 마주치기도 안쓰럽다. 땅만 보고 간다. 끈질기게 달라 붙는다. 흙길을 따라 걷는다. 검은 웅장한 탑이 멀리 서있다. 설명을 듣는다.

쁘람바난 사원군에 들어서면 우선 중앙에 우뚝 솟은 시바 신전의 거대함에 압도당해 버릴 것이고 좌우에는 브라흐마 신전과 비슈누 신전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것들과 서로 마주 보는 모양으로 세 가지 바하나당(타는 것을 모시는 법당)이 늘어서 있는데, 각각의 신들이 탈 것이 모셔져 있으며 시바 신에게는 암소 난디, 브라흐마 신에게는 백마 한사, 비슈누 신에게는 독수리 가루다'가 있다.

시바의 신전은 하늘에 타오르는 불꽃처럼 가까이 서면 원근감을 잃어 버려 47m라는 높이가 2배 정도로 크게 느껴지는 동남아 최대 규모의 힌두교 사원이다. 더욱이 신전의 외벽을 장식하는 치밀한 부조에 감탄할 것이고 고대 인도 서사시 라마야나의 이야기가 매우 약동적으로 새겨져 있다

회랑을 돌아 권선징악 이야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고전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으며 계단 난간에도 사자나 반인반조(사람+새)의 신 등을 소개하는 볼 만한 석상이 새겨져 있으며 신전 안에 있는 각 측실에는 동쪽에 시바 신, 남쪽에 아가스띠아(시바의 아들=코끼리머리 신), 북쪽에 두르가(시바의 처)의 상이 있다 특히 시바 상은 연꽃 위에 서 있어 불교와의 관련성이 흥미롭고 관능적인 두르가 상은 전설의 로로 종그랑 처녀가 저주받은 모습으로서 유명하다.

힌두교 사원을 둘러보면 뒤쪽은 지진으로 넘어진 탑들이 즐비하다. 황냔한 들판에 세워진 무덤의 사원. 먼지가 날리는 사원. 검은 화산돌로 만든 사원. 수많은 돌조각과 아름다운 탑구조물이 관광객들을 사로잡는다.

한껏 여유를 부리고 있을 즈음해서 눈을 돌리니 건조한 풀밭에 양을 모는 야위고 늙은 목동의 모습이 보인다. 양이라고는 5-6섯 마리이고 양이나 양치기나 둘 다 말랐다. 안쓰러워 보인다.

구경하고 나오는데도 역시 행상(8-9살 정도의 어린이)이 따라 붙는다.

일행은 차에 오르고 인도네시아 부페 식당으로 점심을 하러 간다. 밖은 덥지만 그늘에 들어오면 습기가 없어 시원하다.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의 사원 구경을 음미한다. 거대한 사원과 검은 돌조각이 오래도록 내 머리에 남아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번여행에는 가는 곳을 자세히 사전 공부를 해야 했는데 치밀하게 사전 조사를 하지 못했음에 후회를 했다. 눈으로 모양은 보지만 왜 거기에 있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속으로 느끼지 못함에 허전함과 여행의 참 맛을 싱겁게 만들어 버렸음에 실망을 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느낀다고 합니다.


추신:양치기랑 사원의 사진이 부족한 이유는 디지탈 카메라의 전원이 소리없이 나갔기 때문입니다. 디지탈이 편하지만 단점도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