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그 먼곳으로


동해시를 지나 가는 삼척은 먼 동해바다.
대학 친구 재민이가 사는 곳.
대전서 4시간 차로 가는 삼척은 언제나 밤.

보일 듯 밀려오는 동해바다는 설레임.
횟집에서 만난 친구는 항시 반갑고,
주고 받는 잔에 아쉬움을 우려낸다.

아직도 원시부분이 많은 삼척바다는 세월이 낳은 아름다운 해변.
굽이굽이 절경이다.
바위 끝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 속, 속이 더러운 나를 비웃는다. 동해바다는.

둥그렇게 오르는 해돋이와 드넓은 푸른 바다를 기다리며 다음에는 바다길 따라 부산까지 내려가련다. 지천인 명소를 따라.

아침에 일어나니 흐린 하루다.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더니 안개로 바다가 안개다.
아침밥 때문에 아이들과 실랑이를 한다.
크고 있구나를 느낀다. 자기 주장을 하니 말이다.
아이들은 빵이 좋단다. 우리는 참고 아이들이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다.
나 어릴 때는 아버지가 제일로 무서웠는데….

대신 우리는 숙소에서 멀지 아니한 삼척항 근처의 한 식당으로 간다.
삼척에서는 친구왈 곰치국으로 해장을 한단다.
곰치라 생선이름인데 초면이다.
흐물 흐물 고기라기보다는 무슨 연두부 같은 곰치에 약간 매콤하게 만든 국은
담백한 맛이 의외로 강하다. 피곤한 입을 달래기에는 제격이다.
늦은 아침을 해결하고 우리는 죽서루로 향한다.

관동 제 1경인 죽서루.
산도 바위도 아닌 정자가 경치 제일의 관동 명소이다.
입구부터 크고 넓다. 관아가 있었고 중앙에서 내려온 관리들이 묵었던 곳, 향연을 하던 곳.
건물의 내력에는 이승휴가 있다.
숲에 쌓인 시원한 죽서루.
입구 한 곁에는 오죽이 반기고, 오르는 길 양쪽은 나즈막한 바위 정원.
큰 기둥위에 서있는 죽서루. 다른 루,각과 달리 입구가 돌 그대로다.
죽서루에 올라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굽이 흐르는 강이 뒤로한다.

아담한 바위산에 올라 앉은 죽서루.
바위를 밀어내지 아니하고 서있는 너.
올라온 바위에는 짧은 다리의 기둥으로 높고 낮음이 있는 처음 그대로인 죽서루.
짜맞추지 아니한 네 모습은 제1경이다.
자연과 한 몸이다. 거역하지 아니한 너 너는 죽서루다.

죽서루를 나서 새 천년 길 따라 삼척항 지나니 산 위에 집.
그 집들 신림동 판자촌 같다.
바다를 바라보면 시름을 달래는 사람들의 쉼터라 생각하니 차오르니 숨이 멈춘다.

그런가 보다.
여행은 숨이 차는 느낌을 받는 작업이라는.


추신:
덕구 온천이 좋다고 하여 삼척에서 울진방향으로 1시간 내려가니 우리나라 유일의 유황천이라는 곳이 나온다. 여름이라 우리밖에 손님이 없다. 물은 참 좋았다. 울진에서 봉화를 거쳐 문경, 영주, 상주, 보은, 옥천, 대전으로 오는 먼 길이었습니다.
특히 울진에서 봉화를 넘어오는 백두 대간과 낙동 정맥이 만나는 곳은 어지러울 정도로 깊은 계곡이었습니다. 가족들 모두 차멀미를 하는 ….

맞춤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진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