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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언장을 쓰세요>> |
| 미소가 | 2007/04/11 03:00:24 |
<<유언장을 쓰세요>>
-실제로 마누라는 지금 요구한다
딱하게도, 시간이 후회스럽게 아까울 때가 있고
알면서도, 아까운 시간을 버릴 때도 있고
모르면서, 쌓여있던 시간에 쫗겨나고 슬그머니
시간이 사혈하는 피처럼 천천히 밀려 나올 때
그 때 딱 이 때다 하면서
A-4용지를 갖고 와서 조사하듯 쓰란다
강요지만 강요 같지 않게 연습이란 명패를 다는셈치고 써 보란다
웃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슬쩍 구석으로 밀어 놓고
상당히 두껍게 눈을 감고 한푼어치라도 더 살아서
내일 일은 모르잖아요 하면서 친한 척 달라 붙는 백지 유언장을
단물이 나도록 씹어버리자고 단번에 일어나긴 했더니만
조흥에서 신한으로 바뀐 은행뒷문 입구에
목련이 살짝 올라오듯 쓴 물이 역류하고
악다구니와 한숨 길게 토하고 보니
발버둥 칠일은 아니지 이 등신아
좀 그러길래 곱게 살지 그랬어
더 필요한 시간은 얼마인가요? 뭐라고 쓸 건가요?
잘살았다고? 미안하다고? 후회스럽다고? 너무 쓰레기 같이 살았다고?
재산 정리 후 남은 건 비석을 세우라고?
마지막 기회다 버팅기질 말고 네 유언장에 얼른 붉은색 펜을 올려라
-어릴 때 붉은 색으로 이름을 쓰지 못하게 했다, 죽은 사람이라고
절대 눈물없이 잠시동안 시간이 흘러 가깝기 훨씬 전에
연습이란 삶이 있다면 많은 유언장을 써야 하겠지만
잠깐동안 눈감고 유언장을 쓰는 연습을 해야지, 오늘 지금 바로 이순간
잠깐동안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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