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운 여행>>

택시를 타고 여수까지 갔다
먼 길이다
예과 때 가본 붉은 동백, 오동도
이사회 참석차 가는 바다
가벼운 핑계
밤이 깊어 바람은 거세고
바닥에 붙어 흔들리는 안쓰러운 나무
꼭 무엇을 얻어가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낚시에 고기가 물지 아니한다 신기하다
분명 고기가 날 알아보았다
멍청한 놈이라고
바닷물은 바람이 실어다 놓았다
고기들도 안다
요즘은 도다리가 한창이라고 술집아가씨가
공판장 전화번호를 준다
회 한 점에 갓김치가 궁합인가 맞춰 보려다가
미루었다
이게 여행이라면 참 싱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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