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병국 고가

보은 속리산 가는길.
외속리면에 구한말 보성 갑부 선정훈이 지었다는 대궐규모의 한옥집이 있다.
속리산 자락에 정착을 한 것은 명당이라는 지관의 안내를 받아 정한 것으로
1910년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아들 선병국에게 대물림 하였다한다. 132칸의 규모와 높은 한옥의 키가 사찰이나 관아를 방불케하며 100mm에 가까운 곳간은 만석꾼의 위용을 자랑한다. 민속자료 134호로 지정 남아 있는 개인 주택으로는 가장 큰 규모란다.

속리산에서 내려오는 냇가 끝자락에 퇴적물이 쌓여 섬처럼 생긴 집터 주위 솔나무 숲의 한옥은 들어서면 위엄이 더하다.
흙담을 끼고 대문을 들어서니 약간은 현대식의 ㄷ 자형 한옥이 눈에 들어온다.
마당이 시원스레 넓다.
담 주위로 끼를 부리지 아니한 정원이 편하다.
건물의 위용과는 어울리지 아니하는 정원이지만 소담하다.
한옥 마루에 오르니 도솔천이라는 자그마한 간판이 보인다.
전통차를 팔고 있단다.
집 구경을 하는데 걸려있는 편액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 익숙하다.
두륜산 대흥사 완당의 편액이 그대로 여기에 와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물어 보니 자세한 연유는 모르시고 이 편액이 그 절에 있다는 것과 추사가 쓴 것이라는 말 씀을 들려 준다. 진위를 가릴 정도의 소견과 족보를 꿰고 있지 못해 답답한 심정으로 한옥 마루에 앉아 대추차와 국화차를 시킨다.

대청 마루에서 대문을 향해 보니 참 지혜가 보인다.
적당히 소나무가 집안을 막아 시야를 가려주고, 솟을대문에서 일자로 대청과 문을 연결시 키지 아니하여 멋스런 개인적인 보호를 받게끔 건물을 지었단 말이다. 담과의 거리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멀다.
정원이 푸르다. 아쉬움은 자리 탓인가 물이 없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주인장이 내놓은 차가 코를 자극한다.
향이 정말로 좋다. 색이 아름답다.
양반의 자취를 느끼며 잠시 여유를 부리는 영광을 가진다.

감꽃을 주워 만든 딸의 목걸이와 치자 말린 꽃이 너무 잘어울리는 그림이다.

정말 멋은 어려운 것임을 다시 느낀다.
세월과 인고와 재능과 시간이 합쳐진 산물이라야 할 것이다.
크지만 주위와의 조화가 부족하여 어색함이 많다는 생각을 뒤로 하며 나온다.

이날 내게 멋진 것은
딸 아이의 목에 걸어 준 감꽃목걸이였다.


<뒷이야기>

전문가가 아닌 제가 보아도 없을 무자의 한일변 간격, 량 자의 홀쭉함, 수자 가운데 획의 빈약,각자의 글월 문 아래의 각의 틀림이 누군가 베껴 쓴 필사인듯합니다 아마츄어인 제가 보기에는.
그리고 대흥사 편액에는 완당이라는 호가 그리 크지를 아니했었는데....그냥 완노라고만 작게 쓰여져 있습니다.